본문 바로가기

일하는 하나씨

3번째 직업 - 중동 외항사 승무원 면접기 1

카타르 공항에서 회사 숙소로 가던 버스 안. 아 나 정말 중동에 왔구나.

 

한국에 온 지 3개월 차로 접어들고 있다. 아무도 없는 중동에서 비행도 없이 버틸 수가 없어서 도망 오듯 한국에 돌아왔지만 역시 어디에도 고민 없는 장소는 없는 거기에 여기서도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지레 걱정하며 지난 두 달을 보내왔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기에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차차 잊혀 가는 기억을 지금이라도 기록으로 남기고자 글을 써보자 마음먹었다.

사실 작년 초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에게 승무원이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고, 허물면 중동 항공사 승무원은 어떻게 되는 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한마디로 승준 문외한이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외항사 승무원의 길로 접어들게 된 건지는 나 나름의 드라마틱 한 인과관계가 있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한국에서의 첫 직장의 안 좋은 기억 + 나름 성공적이었던 영국 워킹홀리데이 = 다시 한번 해외 취업의 고리로 흘러갔다.

다시 비자가 만료돼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일이 없으며, 지금까지의 내 경험들이 입사에 충분히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자 마음을 먹고 이일 저 일을 알아보다가, 당시에 영국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현재 내가 재직 중인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그 길로 네이버에 외항사 승무원으로 검색을 해봤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 승준의 세계는 엄청나게 넓고 깊은 것이었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인 당시에는 별천지처럼 너무나 많은 항공사의 선택지와 기회들이 열려 있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혼자 검색을 해보며 어떻게 오픈데이를 나가고 어떤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되는지를 알아가게 됐고 며칠을 그렇게 검색하다 보니 한 번 해봐야겠다. 안 해보면 후회한다 분명히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한 번 뭘 하기로 결정을 하면 그날 당장 한 걸음이라도 떼야 하는 성격이라 (그래서 블로그도 오늘 개설하고 오늘 첫 글..) 그 길로 2달짜리 외항사 승무원 과외를 등록했다. 이유는 빨리 결정을 보고 싶었고 그에 비해 나는 승무원 면접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돈으로 시간을 사자는 것이 큰 것이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가서 과외를 하겠냐고 하면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서 과외가 끝날 무렵 나는 나의 첫 오픈데이를 나가기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무려 한 달짜리 유럽투어였다. 영국에서의 좋은 추억들과 나름 그 시간 동안 유럽 구석구석을 열심히 여행했던 터라 나에겐 다른 동남아 도시들이나 아시아보다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끝장을 보겠다는 다짐이었지. 하지만 주변에서는 (주변이라고 해봤자 과외 선생님과 가족들 정도? 나름 늦깎이 승준 샘이었던 나는 승무원이 될 때까지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첫 도전이면 그래도 국내나 동남아 쪽으로 먼저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고, 막상 시간이 다가오자 없던 불안감도 커져가던 나는 당시 그 달 말에 있던 카타르항공 마카오 오픈데이를 갑자기 나가기로 결정을 했다. 진짜 나 자신...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안됐으면 어쩌려고 그랬는지 의문이지만 나는 마카오로 가는 편도 티켓을 끊었다..^^ 만약에 안되거든 바로 유럽으로 넘어가자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지. 아무튼 그렇게 나는 마카오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나의 첫 오픈데이를 참가하게 된다.